헤어진 옛 연인과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스마트폰은 여러 의미로
사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물고 뜯고 했던 관계들도 밋밋해진다. 미움은 매우 피곤한 감정이라, 다섯 시간의 수면을 겨우 확보하면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미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뜬금없이 ‘친구 추천’에 뜬 옛 연인에게 반갑게 인사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번호를 저장해 두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기도 했겠지만.
오랜만에 우연히 마주친 옛 연인들처럼 우리는 어색한 첫 인사를 나누고, 당연하게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까페에서도 아니고, 전화도 아닌, 손바닥 만한 작은 채팅창에서! TPO에 맞게 적당히 가벼운 태도로 말을 주고 받았지만, 정말 가볍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몇 년 전 이 즈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던 것 같다. 아주 서툴게 서로를 괴롭히다 와장창 부서져 버렸던 때. 그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그야말로 ‘예술하는’ 이십대의 전형이었고, 나는 끌면 끄는대로 끌리면 끌리는 대로 끌려다니던 여자애였다.
그는, 삼십대에 걸맞는 농담들을 하며 웃어넘기고 있었다. 결국 너도 나이를 먹으니 사람이 되는구나 싶어 짠하기도 했다, 밤새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할 일이 문득 떠올랐다. 황급히 대화를 마무리 하면서 내가 묘하게 미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너 정신 안 차릴래? 다그치는데 갑자기 채팅창에 어떤 단어 하나가 올라왔다. 그냥 일상적으로 안녕을 뜻하는 단어였지만 그제서야 정신이 확 들었다.
이렇게 끌려다니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꾹꾹 울며 헤어지자고 말했던 적이 있다. 마음을 잘 추스르기 위해 휴대폰을 비롯한, 모든 연락 수단들을 지웠다. 그에게서 아주 긴, 정말 ‘장문’의 메일이 도착했다. 요는 내가 그립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립기는 하지만 그 이후는 잘 모르겠다는 식의 애매한 답변을 보냈다. 그리고는 간단하고 명쾌한 세 줄의 답장이 도착했다. 그래? 그렇구나. 알았어! 나는 파닥파닥 놀아나는 어장의 물고기였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 준 답장이었다.
헤어진 연인들을 우연히 마주칠 때가 있다. 나이가 든 만큼 한결 여유로워 보이고, 그 때의 풋풋함도 여전히 살아있고, 무엇보다 심리적-육체적인 거리가 없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다. 좋았던 감정들이 떠오르면, 이렇게 괜찮았던 사람이랑 왜 헤어졌을까 반성도 해 보게 된다. 그리고 거기까지다. 사람은 뼈를 깎는 노력을 동반하지 않고서야 쉽게 변하지 않고, 기억은 쉽게 미화된다. 헤어진 연인들은 심심풀이 추억 환기용으로만 떠올리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 예전과 똑같은 이유로 울고불고 하는 건, 나이가 좀 아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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