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밀리
본격적으로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전화기가 분주해진다. 물론 객관적으로 분주하다는 말은 아니고, 하루 종일 대출받으라는 문자 한 통과 엄마가 심드렁하게 어디냐고 물어보는 전화만 받았을 때 보다 분주해진다는 소리다. 그 남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요새 들어 부쩍 쓸쓸하네, 잘 지내? 혹시 만나는 사람은 있고?
그럼 나는 그 사람과의 기억을 총동원해 떠올려 본 다음, 반갑거나 퉁명스럽게 첫 인사를 건넨다. 앞으로도 자주 전화를 걸어줬으면 좋겠는 사람에게는 한껏 밝은 목소리로 ‘우와, 잘 지냈어? 오랜만이야!’ 라고 반갑다는 뉘앙스를 팍팍 풍기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심드렁하게 말한다. ‘가을 타?’
김연수 식으로 말하자면 더 이상은 기다릴 휴가와 최소한의 보루인 추석도 없을 때 가을이 시작된다. 겨울이라고 해봐야 고작 크리스마스나 있을 뿐이다. 정말이지 크리스마스가 기쁜 건 연인들 뿐이다. 여름 휴가나 추석처럼 모두에게 공평한 휴일이 아니다. 거기다 겨울이면 막판 업무량은 급격히 늘어나고 한 살 더 먹는다는 중압감은 어깨를 쿡쿡 눌러대지 않던가. 이래저래 총체적 난국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럴 때면 어른들은 연애를 통해 자신을 위로하려고 한다. 주위를 백방으로 수소문해서 소개팅 건수를 잡기도 하고, 아직 미묘한 감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옛 애인의 번호를 조심스럽게 누른다. 사람들은 가을이면 집단적으로 외로워진다. 연애의 계절이라는 것이 있다면 바야흐로 가을일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을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외로워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지기 때문에 이 글을 쓰는 것이므로. 다만 익숙한 번호를 누르는 것 보다는 낯선 번호에게 전화를 거는 게 더 건설적일 것 같다는 말을 하고싶다. 익숙한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 보다, 서툰 미래를 시작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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