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 by Bj"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 게 좋아.
아이든가 화분이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게 되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중
바나나란 웃긴 이름을 가진 여자지만, 그래도 똑똑한 여자인가 봅니다.
이렇게 현명한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총각이 아닌 싱글로서 홀로서기를 하면서 키우기 시작한 화분이 세 개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별로 신경 안 써도 잘 큰다며 챙겨주신 화분이었습니다.. 햇빛 적당히 쬐어주고,
가끔 물주고 이 두 가지만 하면 된다고 하셔서 흔쾌히 들고 왔습니다.
처음엔 따뜻하게 보살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도 주고 햇빛이 날 땐 햇빛도 쬐어 주고 스프레이 촉촉히 적셔주고,
가끔은 어루만지며 사랑한다고까지 말해줬습니다.
제 정성 만큼 이 녀석들도 건강하게 잘 자랐고 항상 푸르름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뭐든지 익숙해지면 소홀해지는 법
어느 날부터 인가 물을 주고 햇빛을 쬐어주는 작은 행동마저 자주 까먹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미안한 건 액자 밑에 있는 녀석 입니다. 화장실 공간이 너무 삭막한 것 같아서
별 생각 없이 이 녀석으로 변기 위를 장식해 놓았습니다.
식물은 햇님을 보고 광합성을 해야 살 수 있다는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을 간과한 무책임한
행동이었습니다. 식물에게 햇빛을 안 쬐어 준다는 건 개에게 개밥을 안주는 거나 마찬가지겠죠,
무신경 하다는 건 때로 얼마나 잔인한 행동인가요?
이틀을 넘게 집을 비워 두었다가 돌아와 보니 화장실엔 누렇게 뜬 이 녀석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순간 왜 그렇게 가슴이 아프던지..
미안한 마음에 물도 시원하게 주고 분무기로 샤워도 시켜주고 햇빛 잘 드는 곳에서
햇빛도 열심히 쬐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왠 일인지, 그렇게 정성으로 보살펴 줘도
예전 같은 명랑한 초록색으로 돌아오지 않더군요.
이제 세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그 누런 빛깔로 남아 있어 볼 때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생각해 보면 사랑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관심과 사랑을 줘야 할 시기에 적당히 주지 못하면
어느새 새 빨갛던 하트가 연하게 바래고 말아 버립니다.. 그걸 깨닫고 열심히 관심과 사랑을 줘 봤자,
이미 누렇게 떠버린 색깔은 쉽게 돌아 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B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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