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와 성추행 사이의 가깝고도 먼 거리
하루는 아는 언니가, 술만 마시면 남자들이 치근덕댄다고 말했다. 신뢰를 오래오래 쌓아오던 사람인데도, 술에 취하면 갑자기 야수성을 드러냈다고 한다. 야수성이라고 하니 너무 좋게 명명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어쨌든, 내가 봤을 때 언니가 느낀 것은 일종의 배신감일 것 같았다.
상대방을 ‘이성’ 아닌 ‘친구’로 만나왔을 때, 갑자기 상대방에게 자신을 ‘이성’으로 인식해 달라고 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 우리는 애초에 이성으로 관계를 맺지 않았고, 적어도 ‘친구’로서의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관계가 갑자기 전복당했을 때,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성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남녀 관계에서도 깊고 투명한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물론 가능하다. 언제라도,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하겠지만 남자들은 대상을 욕망하고, 여자들은 누군가에게 욕망이 되는 자신을 욕망한다. 여자들이 끊임없이 ‘날 사랑해?’라고 묻는 것은,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가, 관계에 있어 가장 근원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남자로부터 욕망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여자들은 좌절한다.
하지만 술자리에서는 다르다. ‘자신’을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욕망하는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더라도 그 사람은 그랬을 것이므로. 남자가 술에 취해서 여자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했을 때, 만약 여자도 그 남자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달달한 작업 스토리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여자에게 그러한 마음이 없었거나, 그 여자가 생각하는 적정선을 넘으면 성추행으로 끝나는 것이다.
반대로 남자들에게는 ‘관계’에 대한 고민보다는, 욕망에 대해 충실하게 답변해야 한다는 충동이 더 크다.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일들은, 그 다음에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다수의 남자들이므로. 충동이 강하게 일어났는데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그것은 관계를 고민했다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억제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그 때의 억제는 사회적인 자신의 이미지 혹은 어릴 때부터 학습된 ‘좋은 남자’의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는 더 미묘한 감각과,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 당신이 누군가를 만지는 순간,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누구에게는 깊고 날카로운 상처가 될 수 있는 법이므로. 그리고 그 상처는 반드시 당신에게 돌아갈 것이다. 슬프지만 당연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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